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한예종 연극원에서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입학 전에는
‘특별한 사람들만 모여 있고, 들어가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멋진 작업을 하게 될 것’
처럼 상상했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다양한 배경과 나이대의 사람들이 함께 있고,
과제가 많고 수업 인원이 적어서 부담도 큰 대신 주체적인 만큼 얻어가는 게 많았으며,
그럼에도 결국 너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오늘은 그 연장선에서,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그럼 실제로 수업과 과제는 어떻게 굴러가나요?”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좋은 커리큘럼이라는 것은
한 학기 동안 내가 어떤 과정을 반복하게 만드는지,
즉 훈련의 동선이 얼마나 분명하게 잡혀 있는지로 체감되더라고요.
한예종 연극원 수업은 대체로 읽고 말하고 정리하는 세미나형,
무대에서 바로 확인하는 워크숍형,
제작과 현장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실습형,
그리고 발표와 피드백이 중심이 되는 크리틱형으로 굴러갑니다.
저는 함께 연극을 만드는 <연극하기> 수업이나
<예술가의 젠더연습>도 좋았고
<명작읽기> 같은 수업도 재밌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수업이 있지만...
- 공통점
첫 번째는 정말정말 적은 인원이 수업을 듣는다는 것(3명도 있어요...)과
두 번째는 느낌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무엇을 했는지보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을 어떤 근거로 밀어붙였는지를
계속 묻는 방식이라서
처음엔 숨고 싶을 만큼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ㅠㅠ

발표도 많고..
끊임없이 내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더라구요.
정말 많은 책을 읽어야 하고 또 발표해야해요!
그리고 제가 느끼는 과제의 어려움은
성격이 다른 과제가 동시에 겹친다는 데 있었습니다.
분석과 리서치 과제에서는 자료를 많이 모으는 것보다
내 선택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골라내고,
그걸 내 언어로 요약해 구조화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구현과 실습 과제에서는 실제 무대에서 작동하는지,
장면의 목적이 분명한지, 관객에게 남길 감각이 무엇인지가 중요하겠죠.
글이나 기획 과제에서는 분석에서 컨셉으로,
컨셉에서 선택으로 넘어가는 논리가 끊기지 않는지가 핵심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고친 건 “대체 왜?!”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왜.. 내가 왜 이걸 선택했지?! 근거를 찾는 것이요!
여기에 과정 기록이나 리플렉션까지 겹치면
체감상 할 일이 끝도 없이 늘어나는데
이상하게도 이 기록이 쌓이기 시작하면
다음 작업에서 이전 선택을 기반으로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이득이 되기도 했습니다.
1학년 때는 내가 공부한 게
뭐가 쌓이고 있긴 한 건지 감도 없었는데
2학년 때부터 내가 해온 과정이
축적되어 있다는 느낌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계속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되고 과제를 하다보니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과 방향성이 생기고
그것이 팀 작업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예종에서 이러한 준비과정을 거친다면
졸업하고서 현장에서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 것 같구요!

오늘은 수업과 과제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굴러가는지
최대한 현실적으로 적어봤습니다.
입학 전에는 좋은 커리큘럼이란 말이 좀 추상적으로 들렸는데,
지금은 반복 훈련의 동선이라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과제는 많고 부담도 크지만 워낙 소수가 듣는 수업들이니
내가 선택한 만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게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비댓도 가능)
다음 글에 가능한 한 답변 형태로 담아보겠습니다.